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dustrial Engineers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dustrial Engineers - Vol. 50, No. 6, pp.376-385
ISSN: 1225-0988 (Print) 2234-6457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15 Dec 2024
Received 08 Oct 2024 Accepted 17 Oct 2024
DOI: https://doi.org/10.7232/JKIIE.2024.50.6.376

기술경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전망

박용태1 ; 윤병운2 ; 이성주1 ; 금영정3,
1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2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3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
A Thematic Review of Management of Technology: Past, Present and Future
Yongtae Park1 ; Byungun Yoon2 ; Sungjoo Lee1 ; Youngjung Geum3,
1Department of Industri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2Department of Industrial and Systems Engineering, Dongguk University
3Department of Industrial Engineering,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Correspondence to: 금영정 교수,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 Tel : 02-970-6528, Fax : 02-970-284 E-mail : yjgeum@seoultech.ac.kr

© 2024 KIIE

Abstract

Management of Technology (MOT) has emerged as a prominent area in industrial engineering (IE) in both academic and practical contexts. Originating from the management of research and development (R&D) during World War II, MOT has gathered increasing attention, encompassing a wide range of topics such as technology planning, assessment, and evaluation. In doing that, MOT has maneuvered a diverse set of IE theories and methods. With the 50th anniversary of the Korean Institute of Industrial Engineers (KIIE), this paper retrospectively examines the evolution of MOT research, highlighting international and domestic trends as well as practical applications. Furthermore, at the entrance to the next-generation of MOT, this study suggests promising themes of future research together with the insights into the property of transitional shift.

Keywords:

50th Anniversary of KIIE, Technology Management, Literature Review, Keywords Analysis, Transition, Future Direction

1. 서 론

기술경영은 민간기업 및 공공조직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활동을 수행하기 위하여 기술자산을 어떻게 창출하고, 활용하며 관리할 것인가를 다루는 이론적 학제(discipline)이자 실무적 기법(technique)이다. 기술경영이라는 학문의 다학제적 특성상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질문 즉 역사적 시초에 대한 합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져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세계 2차대전을 전후로 이루어진 대규모 기술개발 프로젝트 및 연구개발 활동(R&D)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그 시작으로 본다.

기술경영의 확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연구로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RC)가 발간한 보고서인 “Management of Technology: The Hidden Competitive Advantage”(National Academy Press, 1987)를 들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기술경영의 효과적 관리 및 확산을 위해 기술경영에 관련된 Task Force(TF) 및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를 조직하고, 학계 및 산업계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수행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기술의 성공적 개발과 활용을 위해서는 과학/공학적 지식과 역량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력 및 원자재의 관리, 재정적 타당성 분석, 경쟁환경의 분석 등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요인을 체계적이고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으며 이 부분은 기술경영의 본질적 과제를 제시할 때, 또한 기술경영의 범위 및 역할을 규정할 때 종종 인용된다. 나아가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저명한 학자는 물론 IBM, GE, 보잉 등과 같이 당시 미국의 기술혁신을 주도하던 기업들의 고위 임원들로 TF를 구성하여 학문적 관점과 실무적 관점을 균형 있게 다룬 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NRC는 기술경영을 “기업의 전략 및 운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역량을 기획, 개발, 실행하기 위한 모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학, 과학, 경영 관련 지식을 연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Weimer, 1991). “종합적 시스템의 운영을 분석하고, 설계하고, 예측하고, 평가하기 위해 수학,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의 전문지식과 기법을 활용한다”는 산업공학의 정의(IISE)와 비교하면 산업공학과 기술경영이 학제적으로 또한 실무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 보고서에서는 기술경영의 중요한 8 가지 니즈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기술을 어떻게 연계하는가?
  • - 어떻게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정리하는가?
  • - 기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평가하는가?
  • - 기술이전을 어떻게 이루어내는가?
  • - 신제품 개발 시간을 어떻게 감소시키는가?
  • - 크고 복잡한 다학제적, 조직간 프로젝트 및 시스템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 기술에 대한 내부 활용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 - 기술 전문가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

30년 전에 제시된 후 오랫동안 기술경영의 근간을 형성하였던 정의, 범위, 그리고 핵심 주제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 경영환경의 변화, 산업구조의 선진화에 대응하여 기술경영의 초점은 동태적, 신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본고에서는 대한산업공학회 50주년을 기념하여 이미 산업공학의 주요 연구분야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기술경영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기술경영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해외 기술경영 분야 동향

기술경영은 다학제적 성격의 새로운 학제(neo-discipline)로 출발하여 산업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의 확산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왔다. 교육 프로그램의 확산과정을 살펴보면, 전후 1950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1970년 후반부에 괄목할 만한 증가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후 1980년대 후반부터는 급속한 속도의 성장을 보여주었다(Kocaoglu, 1994). 학제적 배경을 보면, 초창기에는 주로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경영학 전공과의 연계를 통해 발전하다가, 차츰 경영학의 전공분야로 자리잡는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공과대학 주도의 형태, 공과대학-경영대학의 연합 형태, 경영대학 주도의 형태가 공존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서 대학원 기준 기술경영 프로그램이 1976년에는 30개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에는 200개에 달하는 수준까지 증가하였다(Santo, 2001; Nambisan and Wilemon, 2003).

한편,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기술경영은 영국을 중심으로 Sussex 대학, Cambridge 대학, 그리고 Manchester 대학 주도로 학문적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특히 영국의 경우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과 달리 Research Policy, R&D Management 등과 같은 학술저널을 창간하면서 혁신이론(innovation theory)에 바탕을 둔 연구중심적 방향을 추구해 왔다(Jung et al., 2023).

일본 역시 기술경영의 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여 왔다. 일본의 기술경영은 주로 연구개발 과정과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사례에 대한 조사와 토론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관리지침을 도출하는 접근을 강조한다. MOT를 축적지향형 MOT, 분산형 MOT, 획일적 MOT, 반폐쇄형 MOT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유형 간에 차별적 특성은 무엇이며 각 유형의 장점과 단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현장조사를 통해 비교하는 연구를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Itami, 2012). 이처럼 실무중심의 실용적 MOT를 강조하는 미국식 접근, 혁신이론을 바탕으로 개념적 MOT를 강조하는 유럽식 접근, 그리고 사례분석을 통한 현장중심 MOT를 추구하는 일본식 접근이 공존하면서 2000년대 초반 기술경영은 개념적 기반, 이론적 체계, 실무적 효용을 균형적으로 갖춘 학문 분야로 단단한 입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연구주제와 접근방법도 동태적 변화를 거듭하여 왔다. 전술한대로, 초기의 기술경영은 세계 2차대전 전후로 미국이 주도한 연구개발관리(R&D management)를 학문적 발판으로 한다. 이 단계에서는 기술경영의 범위를 가장 좁게 파악하여 연구개발 관리, 프로젝트 관리(project management) 또는 엔지니어링 관리(engineering management)로 해석하면서 연구개발 현장의 실무적인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어지는 단계에서는 기술경영을 혁신관리(innovation management) 내지 기술혁신 경영(management of technological innovation)으로 바라보았다. 기술경영의 대상을 기술혁신의 전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연구개발의 전단계인 아이디어의 창출이나 시장 니즈의 인식으로부터 상업화 이후의 단계인 신기술의 활용 및 확산과정을 모두 기술경영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다음의 단계에서는 기술경영을 기술지식의 경영(management of technological knowledge)으로 해석한다. 앞의 단계들이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제고하여 연속적인 기술혁신을 추구하였다면 이제는 지능적인 수단과 기법을 활용하여 불연속적 기술혁신에 필요한 창의적 지식을 창출하는 것을 기술경영의 과제로 본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술경영의 규모와 범위는 확대되었고 빠른 시간 안에 독립적인 학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어서 가장 최근의 연구동향을 알아보자. 최신의 추세는 국제학술지의 주제 분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기술경영 분야에는 다양한 저널이 존재하지만 Linton and Embrechts(2006)에서 제시한 10대 기술경영 국제학술지를 대상으로(정렬은 알파벳 순) 최근 3년간 각 저널에서 발행한 특별호 주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의 <Table 1>과 같다.

List of Special Issues and Keywords of 10 Major Journals in MOT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의 기술경영이 강조하는 주제의 목록은 과거와 비교하여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인 주제들의 의미와 효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들이 등장하고 또한 연구와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법이 달라지거나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저널에서 최근의 디지털화 및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 양상과 파급효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선 디지털화에 관련된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네트워크 연결 및 개인화 기술의 발달, 플랫폼 혁신 등으로 인한 디지털 생태계 관련 연구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AI와 인간의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혁신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주제이다. 좀더 거시적 관점에서는, 녹색혁신(green innov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등으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 이슈를 거의 대부분의 저널들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지속가능성 이슈가 대다수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sustainable product development) 또는 책임 있는 신제품 개발(responsible new product development)이 중요한 연구주제로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의 연구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다른 효과적 방법은 주요 국제학술대회의 주제어를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북미권이 주관하고 있는 PICMET(Portland International Center for Management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을 살펴보면, 2022년의 주제는 “Technology Management and Leadership in Digital Transformation - Looking Ahead to Post-COVID Era”로서 COVID-19 로 인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화의 경영현장에서 기술경영과 리더십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진화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이 이슈는 PICMET 뿐 아니라 대부분 학회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동안 내/외부의 저항에 부딪히는 바람에 디지털화를 주저하던 기업들이 COVID-19를 계기로 적극적인 디지털화에 나서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과 방식의 수립,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의 변화 등 다양한 관점의 주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023년 PICMET의 주제는 “Managing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for a Sustainable World”로,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기후위기, 사회적 포용 등의 무겁고 큰 이슈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는 최근 몇 년 간 유럽 및 북미권의 많은 연구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이와 함께 혁신체계의 재설계 이슈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혁신활동의 구조를 정부-학계-산업계의 세 축으로 구성하던 기존의 Triple Helix of Innovation 모델에서 시민사회(civil society)라는 새로운 축을 추가한 Quadruple Helix of Innovation 모델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PICMET의 주제는“Technology Management in the Artificial Intelligence Era”로서 인공지능 이슈가 토론의 중심에 올라와 있다. 특히 생성형 AI로 대표되는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술경영 현장에 활용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다수의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다.

주로 유럽의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학술대회인 R&D Management Conference의 최근 3년간 핵심 주제도 미국의 PICMET 과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먼저 2022년의 주제는 “Innovation for People and Territories”로, post COVID-19 시대에서의 작업경험(work experience)의 변화, 인력의 이동, 사회 및 환경 관점에서의 규범 및 법제의 영향,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술의 역할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2023년의 주제는 “Responsible and Responsive Innovation for a Better Future”로, 혁신생태계 내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글로벌 디지털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술경영, socio-ecological transition에 대한 관심 및 지원, circular economy 로의 변화, 창의적 경영 및 데이터 기반 경영 등을 다루고 있다. 가장 최근에 개최된 2024년 학회의 주제는 “Transforming Industries through Technology”로, 기술을 통한 산업구조와 시장환경의 전환을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AI의 확산이 기술 속성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 AI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방안을 중요한 연구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기술경영 분야의 교육 및 연구를 위해 설립된 IAMOT(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Management of Technology)의 최근 3년간 주제를 살펴보자. 먼저 2022년에는 “Technology, Engineering, and Innovation Management Communities as Enablers for Social-Ecological Transition”을 주제어로 제시하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 생태학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큰 틀 안에서 기술경영 및 혁신경영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3년 학회의 주제는 “Brave Smart World: Capabilities and Ecosystems for innovation”으로, 점점 더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적인 신기술들을 어떻게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smart world 라는 용어를 바탕으로 혁신생태계, 회복탄력성 및 사회적 포용,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2024년의 주제는 “Human-Centred Technology Management for a Sustainable Future”로, Industry 5.0의 혁명적 변화를 마주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기술중심의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중심의 혁신을 새로운 화두로 던지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자율성, 인간 존엄성 등 인간의 핵심적 권리를 중심으로 한 인간중심적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아가 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강조하여 순환 가치사슬 모델 등에 대한 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다음으로 학계보다는 산업계가 주도하면서 실용적 연구를 강조하는 유럽 지역의 ISPIM(International Society for Professional Innovation Management) 학회를 살펴보자. ISPIM의 경우 매년 산업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민간부문의 관심을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학회가 내건 주제를 보면, 2022년에는 “Innovating in a Digital World”, 2023년에는 “Innovation and Circular Economy”, 마지막으로 2024년에는 “Local Innovation Ecosystem for Global Impact”로 나타나고 있다. 주제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자 중심의 다른 국제학회들과 마찬가지로 산업계에서도 글로벌 변화를 위한 지역혁신 생태계의 관리 및 운영을 주요 주제로 제안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기후변화 등과 같은 범사회적 문제 및 지속가능성 이슈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EEM(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dustrial Engineering and Engineering Management)은 산업공학을 비롯한 공학분야가 주도하면서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국제학회이다. IEEM은 매년 학술대회의 캐치프레이즈를 직접 제시하지는 않지만 세부 토픽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심분야의 변화 추세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학회 동향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빅데이터, 의사결정분석, 경제성분석, 지식공학, 프로젝트 관리, 품질관리, 시스템 관리, 서비스 혁신 등 산업공학의 다양한 주제와 기법들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비즈니스 혁신 분야에서는 최근 빅데이터 분석작업을 현장에 적용한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Table 2>는 앞에서 논의한 각 학회별 테마를 정리한 내용이다.

Thematic Keywords of Major International Conferences in MOT

최근 기술경영 분야의 주요 학술지 및 학술대회의 연구 흐름은 크게 두 가지의 뚜렷한 추세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흐름은 digital transformation과 기술경영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필두로 한 최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기술경영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두 번째 흐름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기술경영이다. 기후변화 및 순환경제 등으로 대표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주로 서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3. 국내 기술경영 분야 연구 동향

국내 기술경영의 시작은 1980대 KAIST의 일부 교수들과 연구실이 주도하여 운영한 연구개발관리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교육단위로 출범한 것은 1994년 서울대 산업공학과가 주관하여 설치한 대학원 기술경영 협동과정과 KAIST 테크노 MBA 프로그램이다. 산업공학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의 작업을 주관하고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주체가 산업공학과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 뒤를 이어 본격적으로 MOT 교육과 연구가 진행된 시기는 2010년 이후 정부 지원사업으로 기술경영 대학원이 설립된 이후부터이다. 2007년 지식경제부의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설립 지원 및 기술경영 강좌 개설 지원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3개 대학에서 기술경영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였다. 이후 산업부의 「기술경영 인력양성 지원사업」을 통해 기술경영 대학원이 일반대학원이 아닌 전문대학원으로 설립되었으며,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인력이 본격적으로 양성되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2010년에 처음으로 3개 대학이, 2015년에는 추가로 4개 대학이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을 설립하였다. 이후 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19개 대학원에서 기술경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부 수준의 기술경영학과도 운영되고 있다(Jung et al., 2023).

이 과정에서 산업공학은 한편으로는 공학기반의 방법론을 선도하는 연구중심체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학제 분야의 융합을 주도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균형적으로 수행해 왔다. 기술경영은 공학과 경영학이 접목된 산업공학의 본질적 속성에 가장 잘 부합되는 분야로서 빠른 시간 안에 산업공학계 내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방법론과 분석기법들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기술경영 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대한산업공학회지에는 평균 연 11편 수준의 기술경영 관련 연구가 게재되었다. 특히 최근에 COVID-19와 디지털전환 등 급격한 외부환경의 변화로 기술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관련 연구도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질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Figure 1>은 해당 저널에 게재된 연구의 내용을 워드클라우드로 표현한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연구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1.

Changing Trend of MOT Research in KIIE Journal

특히 수집된 총 105개의 논문을 내용의 유사도에 따라 BERTopic 기반 그룹핑을 하면 다음 <Table 3>과 같이 6개의 주제로 나뉘어진다. 가장 많은 논문이 포함된 Topic 1은 개방형 혁신을 통한 기술획득과 파트너십에 대한 연구로, 지난 10년간 기술경영에 있어 핵심적인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Topic 2는 AI 기술을 활용한 고객만족도 향상에 대한 연구로 특히 최근에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Topic 3과 Topic 4는 모두 기술 애널리틱스 영역의 연구로, Topic 3은 특허, 논문 등을 분석하여 기술융합 동향을 분석하는 연구이며, Topic 4는 특허와 논문 외에도 디자인과 상표 등을 활용하여 기술의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연구이다. Topic 5는 스마트공장에 특화된 데이터와 기술경영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Topic 6은 토픽 모델링을 활용하여 여러 기술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는 연구이다.

Topics and Keywords of MOT Research in KIIE Journal

실무적 활동을 기준으로 논문들을 분류해보면 기술전략(34%), 기술확보(23%), 기술활용(19%), 기술탐색(11%), 기술보호(1%)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결과는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환경 하에서 새로운 기술기회를 도출하고 필요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심이 높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내의 기술경영 교육이 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실무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관련 연구도 실용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기술경영 학술활동을 주도하는 조직으로는 대한산업공학회 외에도 기술경영경제학회와 기술혁신학회의 두 학회를 들 수 있다. 물론 이 두 학회에서도 산업공학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기술경영경제학회는 전형적인 다학제적 특성을 지닌 조직으로 공학, 경영학, 경제학, 행정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하고 있고 기술경영 대학원들과 산업공학과의 기술경영 연구실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기술혁신학회는 주로 대전지역의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좀 더 공공적이고 실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두 학회가 정기적 개최하는 학술대회의 테마를 요약하면 <표 4>와 같다. 표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내 기술경영 연구의 초점은 서구 국제학회의 흐름과 유사한 세 가지의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기술혁신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왔으며 특히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산업과 사회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에 대응하는 혁신 전략과 정책 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최근 들어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혁신성장은 현재 전 세계적인 화두로 부각되는 만큼, 그 중요성이 국내의 연구계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혁신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혁신시스템 관점에서의 국제과학기술협력, 국가혁신시스템 관점에서의 산학연 협력과 공공R&D의 역할, 지역혁신시스템 관점에서 혁신생태계 구축은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온 주제이다.

Important Research Theme in KOSIME and KOTIS


4. 기술경영의 산업계 활용

기술경영의 범위와 영역을 한마디로 설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업 경영활동의 목적과 기능 측면에서 보면, 기술자원을 개발/획득하기 위한 기술경영(management for technology), 기술자원에 기반한 경쟁전략을 수립/강화하기 위한 기술경영(management by technology)으로 구성할 수 있다(Park, 2020). 또한 시스템의 기본구조로 파악하여 투입활동(input)의 관리 - 변환활동(transformation)의 관리 - 산출활동(output)의 관리로 볼 수도 있다. 보다 구체적인 프로세스 관점에서 기술경영의 주제를 구분한다면, <Figure 2>와 같이 기술에 대한 식별(Identification), 선택(Selection), 획득(Acquisition), 활용(Exploitation), 보호(Protection) 등 5단계로 나눌 수 있다(Gregory, 1985). 유망기술의 “식별” 단계에서는 기업의 비즈니스에 기회와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미래기술들을 탐색하고 추출하는 활동을 수행한다. “선택”의 단계에서는 유망기술로 탐색된 후보기술들 중에서 시장성과 잠재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선정하는 작업을 한다. “획득”은 필요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단계이다. 이어지는“활용”단계에서는 획득한 기술들을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분야에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정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 문제는 마지막 단계인 “보호”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호는 지식자산의 전략적 관리와 활용을 다루는 단계이다.

Figure 2.

Process-based Configuration Diagram of Major Themes in MOT Research

위의 모든 단계들과 분야들은 모두 산업공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또한 다양한 산업분야로 이어져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선택, 획득, 활용 과정에서 산업공학의 경제성 평가기법이나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주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시장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술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며, 글로벌 기술경쟁이 심화되면서 최근에는 특히‘식별’에 관련된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활동들은 빅데이터의 분석과 지능적 기법의 사용이 필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산업공학의 중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우선 기술예측(technology forecasting)이나 기술전망(technology foresight)을 통해 미래사회의 구조와 특성을 예견하고, 향후 산업분야의 유망기술을 식별하는 작업에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이나 지멘스, 도이치 텔레콤 등과 같은 독일기업들은 technology foresight를 바탕으로 미래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이에 맞춰 기술개발 대상을 식별한 후 연구개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능적 분석모델이나 데이터 분석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나아가 기술기획(planning) 과정에서 기술로드맵(TRM) 작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술로드맵은 모토롤라에서 장기적 기술기획 도구로 개발한 것으로 처음부터 산업현장에서 실무적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기술로드맵의 전형적인 형태는 <Figur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장, 제품, 기술, R&D 프로젝트 등 4개의 층(layer)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층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단기-중기-장기의 기간 동안 시장변화와 기술변화의 트랜드를 끊임없이 반영해야 하고, 내부의 R&D 프로젝트들의 리스트와 외부의 아웃소싱 기술들의 리스트를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체계적인 정보수집 및 지식관리 시스템과 정교한 데이터 분석기법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기술로드맵은 지멘스, GM 등의 해외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술기획 및 기술전략 수립 등에 활용하고 있고 이 과정에 기술경영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Figure 3.

A Hierarchical Structure of Typical TRMs

산업계와의 연계는 기술경영의‘획득’단계로 이어진다. 최근 기업들이 기술자원의 원천을 확대하고 기술파트너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내부(in-house)의 R&D에 의존하는 기존의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을 넘어 외부와의 협업을 모색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획득의 방식은 전통적인 R&D,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이미 연구한 것을 사서 개발만 내부에서 하는 A&D(acquisition and development), 그리고 외부의 개인이나 기업과 유연하게 파트너쉽을 유지하면서 개발하는 C&D(connect and development)로 다변화되고, 필요한 기술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내향형과 보유한 내부기술을 외부기업에 이전하는 외향형이 모두 일어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든, 기술경영 전문가들은 개방형 혁신의 조정자(moderator)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잠재적 협력대상이 되는 기술자산과 파트너를 찾아주고, 복수의 참여자들을 하나로 묶는 체계를 설계하며, 효과적인 진행과정을 기획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로드맵 작성의 경우 기획, 생산, 마케팅, 영업, R&D 부서 등 다양한 부서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워크샵을 통해 중장기 기술기획을 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델파이 방법을 이용한 기술예측에서도 다수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이 과정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기술경영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 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물결 속에서 데이터기반(data-driven) 기술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 인텔리전스(technology intelligence)로도 불리우는 데이터기반 접근은 기업이 비즈니스 기회와 위협 요인들을 파악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지능적 기법을 이용하여 기술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Kerr et al., 2006). 주제의 특성을 보면, 이 과정에서 산업공학 중심의 기술경영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기업 S사와 H사는 사내에 특별히 기술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전담조직을 설치하여 특허, 논문, 보고서 등에서 도출되는 기술기회를 포착하여 주기적으로 사내망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Kodak은 기술 인텔리전스를 통해 대학, 연구소, 신생기업들로부터 유망기술을 탐색하고, 지역 사용자들의 선호도와 차이점을 도출하며, 지역의 전략적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수립하여 미래 신사업 발굴과 신기술 개발에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술 인텔리전스를 확장하여 시장 인텔리전스(market intelligence)의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SNS 데이터나 시장조사 자료 등에서 소비자의 감성이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이를 비즈니스 설계 및 기술개발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C사는 지식재산권 중 상표권을 분석하여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상표권을 출원한다는 가정 하에 선도기업들의 상표권 출원 분석을 바탕으로 경쟁기업들의 비즈니스 방향성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업분석뿐만 아니라 상표권-특허의 연계분석을 통한 기술기회 도출에도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기반의 기술경영은 앞에서 제시한 개방형 혁신의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개방형 혁신에서는 타기업의 보유기술과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작업을 기존의 인적 네트워크 대신 데이터기반 분석을 통해 수행할 수도 있다. 국내외 다수의 기술경영 컨설팅 회사들은 이러한 개방형 혁신을 위한 연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데이터기반 방식은 이러한 활동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데이터기반 접근이 지니는 본질적 한계도 인식해야 한다. 최근에 산업계를 중심으로 데이터 분석 자체의 결과물만을 기술경영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현장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비단 기술경영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기술개발과 연관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연구개발이나 제품개발 현장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전문적 지식이 데이터분석 결과와 융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들의 지식들을 결합하고 반영하여 결과물의 신빙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향후에도 전문가기반의 기법들과 데이터기반의 기법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접근들이 지속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5. 기술경영 분야의 미래전망 및 제언

모든 학제들과 마찬가지로, 기술경영이라는 학제는 내부조건과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태적으로 진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민간연구소가 설립되기 시작한 이후 지난 130여 년간 기술경영의 현장인 연구개발시스템은 양적, 질적으로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여 왔다. 과학자 중심의 세대 → 연구자 중심의 세대 → 사용자(고객) 중심의 세대 → 혁신자 중심의 세대를 거치면서 세대별로 목표, 주제, 방식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세대의 전환과 관계없이 미래에도 기술경영의 본질적 목적과 기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기술경영을 기업 내 기술활동의 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학문으로 정의한다면, 신기술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제품 및 서비스개발에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것(기술의 기획), 기술을 활용한 기업 운영의 효과적 활용(기술의 운영), 기술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기술이전 및 개방형 혁신을 도모하는 것(기술의 평가)이 핵심기능이 될 것이고, 그동안 개발되고 활용되어 온 운영관리의 기법도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러므로 바뀌는 것은 기술경영의 무엇(what) 즉 목적, 기능, 대상이 아니라 기술경영의 주체(who)와 방식(how)이다. 즉 기술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산업과 기업의 구조와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에 대응하여 설계와 운영의 방식도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미래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기술이 달라지고, 미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 달라지면, 그에 따라 기술을 만들어내는 방법과 기술자원을 관리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핵심 키워드로 제시된 4차 산업혁명은 physical 세계와 cyber 세계의 결합을 가속화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은 대부분의 산업 및 기업 현장을 크게 변화시켜 왔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인간의 설계에 따라 수동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창의적 기계의 출현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혁의 물결이 일시적인 거품에 불과하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지만 넓은 의미의 산업공학, 그리고 좁은 의미의 기술경영이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마주하는 전환기에 서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업공학의 관점에서 기술경영의 미래 방향과 과제에 대해 몇 가지의 이슈를 제시해보기로 하자.

먼저, 기술진보와 사회변화의 정형성과 연속성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가이드포스트(guidepost)로서의 역할과 위상은 현재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 흐름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정확하게 예측하여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적시에 발굴하여 기획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개방형 혁신을 위한 적절한 협력대상의 발굴, 기술 획득 방식 및 운영 방식의 결정, 신기술 개발 및 신제품 기획과의 연계가 강조될수록 가이드포스트의 기능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예측이라는 개념의 범위가 넓어지고 또한 전통적 예측이나 전망 기법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과 활용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빅데이터와 학습알고리즘을 이용한 지능적 예측기법, 대규모 전문가와 사회구성원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는 텍스트마이닝 예측기법 등의 활용이 늘어날 것이다.

산업공학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의 발굴과 활용도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기술경영 연구가 정량적 분석, 데이터 분석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 주제는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술경영의 다학제적 속성으로 인해 연구방법론의 유형과 배경도 매우 다양하지만 산업공학 기반 기법들의 유용성과 효과성은 앞으로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 분석, 최적화 알고리즘, 경제성 평가기법 등의 활용도는 기업경영 내에서 탐색활동, 평가활동, 의사결정활동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의 대체성과 보완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필요하다. 최근 생성형 AI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일반적인 기술 트렌드 분석 및 조사분석 연구의 많은 부분을 생성형 AI로 쉽게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역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결합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도 미래의 과제이다. 이미 지난 100년 동안의 전통적 기술경영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기술경영을 위한 기법, 체계, 제도 등은 폭넓게 확산되어 있다. 그러나 불연속적이고 파괴적(discontinuous and disruptive)인 차세대 기술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학적이고 실험적인 ideation 기법,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Product-Service System(PSS)의 설계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와 접근방법의 개발, 아이디어의 상업적, 기술적 타당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기술경영 조직의 재설계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산업공학 내에서 제품공학, 서비스공학, 인간공학 등의 분야와의 공동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시야를 넓혀보면, 미래기술과 미래사회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이 주제는 차세대를 모색하는 전환기의 시점에서 기술경영의 미래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산업혁명에 비견될 만큼 기술이 미래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기술자원의 관리를 본령으로 하는 기술경영 분야가 기술과 사회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미래사회가 어디를 항해야 하는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진보의 방향은 어디인지, 기술의 사회경제적 역할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나아가 국제적 관점에서, 국내의 기술경영 연구와 모형이 서구와 비교하여 어떤 차별성과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술경영 전문인력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다. 어느 학제이든 처음의 출발도 전문인력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에서 시작되고 지속적 생존 여부도 민간부문이 배출되는 인력을 계속 필요로 하는지에 달려있다. 국내 기술경영계의 1세대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수요에 힘입어 성장과 확대의 시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되는 2세대에도 꾸준히 수요가 유지되면서 이미 늘어난 공급과 균형이 이어질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간부분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길을 넓혀야 한다. 기술경영이 학계의 전유물로 머물지 않고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의 양성기관으로 나아가는 것이 새로운 세대의 당면 과제인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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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박용태: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재직하면서 동 대학의 기술경영 연합전공과 기술경영 대학원의 주임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 기술혁신경영 분야의 국제학술지에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이자 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으로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윤병운: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1998년 학사, 2000년 석사, 2005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LG CNS 엔트루 선임컨설턴트를 역임하고 2007년부터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분야는 기술경영, 기술예측, 특허분석, 디지털혁신이다.

이성주: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2002년 학사, 2007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역임하였으며, 2021년부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분야는 기술로드맵, 특허분석, 혁신정책이다.

금영정: KAIST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SDS를 거쳐 2013년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14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 및 데이터사이언스학과에 재직하면서 특허 및 기술 트렌드 분석, 유망기술 발굴, 서비스 및 비즈니스 혁신에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Figure 1.

Figure 1.
Changing Trend of MOT Research in KIIE Journal

Figure 2.

Figure 2.
Process-based Configuration Diagram of Major Themes in MOT Research

Figure 3.

Figure 3.
A Hierarchical Structure of Typical TRMs

Table 1.

List of Special Issues and Keywords of 10 Major Journals in MOT

Journal Keywords for special issues within 3 years
Note: All special issues have been listed for two journals (Research Technology Management, Technology Analysis and Strategic Management), because these journals have only two special issues within recent 3 years.
IEEE Transactions on Engineering Management Blockchain, AI, Fintech, Green innovation, Sustainable development, Innovation ecosystem, Circular economy
International Journal of Technology Management technology innovation for pandemic, carbon neutrality, intangible asset management, green innovation, digital ecosystem, industry 4.0
Journal of Engineering Technology Management sustainable development, startup Innovation, digital platform, artificial intelligence,
Journal of Product Innovation Management Responsible new product development, Non-commercial entities, Human side of innovation management, Design thinking, Digital transformation,
R&D Management big data, digital transformation, open innovation, business model, circular economy, innovation ecosystem, sharing economy
Research Policy multipolar world, disruptive sustainability, AI governance, local entrepreneurial ecosystems, economic complexity
Research Technology Management Accelerating Innovation: Capabilities and Systems Beyond Organizational Boundaries, Managing Digital Innovation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emerging technologies, sustainable environment, integra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human intelligence, climate change, digitalization, social robot, green innovation, technology transformation, data-driven sustainable innovation
Technology Analysis and Strategic Management Quantum Innovation and Technology Management: Current Challenges and Future Perspectives, The Management and Implications of DiY Laboratories for Innovation and Society
Technovation blockchain, digitalization, intraprenurial universities, product-service innovation, technology-enabled business model innovation, generative AI

Table 2.

Thematic Keywords of Major International Conferences in MOT

Conference Year Conference theme
PICMET 2022 Technology Management and Leadership in Digital Transformation - Looking Ahead to Post-COVID Era
2023 Managing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for a Sustainable World
2024 Technology Management in the Artificial Intelligence Era
R&D management conference 2022 Innovation for people and territories
2023 Responsible and responsive innovation for a better future
2024 Transforming industries through technology
IAMOT 2022 Technology, Engineering, and Innovation Management Communities as Enablers for Social-Ecological Transition
2023 Brave Smart World: Capabilities and Ecosystems for innovation
2024 Human-Centred Technology Management for a Sustainable Future
ISPIM 2022 Innovating in a Digital World
2023 Innovation and Circular Economy
2024 Local Innovation Ecosystem for Global impact

Table 3.

Topics and Keywords of MOT Research in KIIE Journal

Topic (Count) Keywords
1. Technology collaboration strategy (30) open innovation, quality management, investment, technology acquisition, partnership
2. AI-based services (25) customer, satisfaction, AI, delivery service, meal kit
3. Technology convergence (22) networks, big data, technology convergence, driving technology, ICT fields
4. Technology structure analysis (12) design patents, trademark data, based chemical, chemical technologies, patent tree
5. Smart factory (10) smart factory, processes, smart manufacturing, data model, location assignment
6. Technology trend analysis (6) technology topics, cloud computing, digital healthcare, evolving trends, WPT technology

Table 4.

Important Research Theme in KOSIME and KOTIS

KOSIME 2024 기술패권시대 글로벌 과학기술협력; 지속가능한 미래와 기술혁신
2023 New GPT 시대의 기술혁신과 산업의 대전환;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지역소멸 극복
2022 한국 기술혁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021 신기술혁명과 우리의 미래
2020 Industry 4.0 시대와 기술혁신: 산학연의 역할 재조명
2019 혁신성장과 혁신생태계;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와 대안
2018 과학기술혁신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기회 또는 또 다른 추격인가?
2017 4차 산업혁명과 기업 및 정부의 기술혁신전략; 차기 정부가 도전해야 할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 과제
2016 미래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기술: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며,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과학기술혁신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2015 혁신의 신패러다임-제조혁신과 사회혁신; 창조경제와 기술금융
KOTIS 2024 과학기술 혁신 선도를 위한 인재 정책 방향; AI가 주도하는 미래 과학기술혁신의 패러다임 전환
2023 기업가 정신과 4차 산업혁명: 혁신과 변화의 동력; 생성형 AI와 혁신생태계;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실패학
2022 디지털전환과 기술혁신; 지역소멸시대의 위기대응을 위한 혁신 전략; ESG혁신과 과학기술 발전 방향
2021 기술혁신과 경제발전; 기술혁신과 데이터 혁명
2020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과학기술정책
2019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국가 혁신역량 강화; 기술혁신과 미래인재 양성
2018 과학, 기술, 산업, 사회, 정책의 통합적 미래혁신; 지역분권화와 남북협력시대의 지역발전전략; 4차 산업혁명과 미래 혁신
2017 기술혁신연구 20년: 회고, 성찰 그리고 새로운 도전
2016 공공R&D의 미래전략과 역할; 4차 산업혁명과 혁신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