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개방형 혁신 사례 연구

2.1 국가혁신시스템

국가혁신시스템 이론은 한 국가의 기술혁신 성과는 과학수준이나 기술역량 뿐 아니라 그 나라가 가진 사회, 경제적인 여건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되었다. 이 이론은 1980년대 일본 경제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태동되었다(Lee et al., 2007). 국가혁신시스템의 정의는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고 개량하며 확산시키기 위하여 기술개발 관련행동과 상호작용을 수행하는 공공 및 민간부문 조직들 간의 네트워크(Freeman, 1987)”, “탐색과 탐구활동 그리고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구조와 제도적인 조직의 모든 부분들(Lundvall, 1992)”, 또는 “한 국가에서 기술학습의 속도와 방향을 경정하는 국가 제도, 그들의 인센티브 구조, 그들의 경쟁력(Patel and Pavitt, 1994)” 등 다양하다. 여러 정의에서 공통적으로 국가혁신시스템은 기술혁신과정을 단순한 선형적 접근으로는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스템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Seo, 1998). 시스템적 접근은 한 경제의 전반적인 성과는 특정한 공식적 기관들(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어떻게 활동하는가보다는 그들이 지식의 창출과 사용이라는 통합적 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어떻게 서로 작용 하는가 그리고 가치, 규범, 법적 제도와 같은 사회제도에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다(OECD, 1997). OECD(1999)는 국가혁신시스템이 기업혁신 활동을 중심으로 기업네트워크, 연구기관, 지원기관, 과학시스템으로 이루어지며, 이들 간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구체적 수준에서 기술 및 혁신정책 수립, 연구개발 수행, 연구개발 자금지원, 인적자원개발 촉진, 기술 확산 장려, 기술적 창업가정신 촉진을 담당하는 구성주체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OECD, 1999). 국가혁신체제는 크게 기술혁신 과정, 폐쇄체제 구성요소와 개방체제 구성요소 세 가지로 구성되며(Lee, 1996), 이를 세분화하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정책당국 같은 조직과 개인으로 구성된 혁신주체, 이들 간 시장적 관계와 비시장적 관계 등의 네트워크(Ku et al., 2012), 역동적 상호작용 등과 관련된 전체를 중요한 구성요소로 포함한다(Im, 2003, 2006; Lee et al., 2012). 이와 같이, 국가혁신시스템은 신생 기술적 지식을 생산, 확산, 채택하는 주체들의 집합이며,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체들 간 상호작용을 통한 연계 활성화 및 확산이 국가혁신시스템 우수성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Moon, 2006; Hong, 2007). 이를 통해 지식 창출, 탐색 방향 제시, 자원 제공, 외부효과 창출, 시장형성 촉진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Jacobsson, 2003). 국가혁신체제 구성 주체 간 상호작용을 파악하기 위해 국가혁신체제 모형과 하부 시스템 상정이 필요하다(Lee and Song, 1998). Lee(1998)는 하부 시스템을 민간부문의 기술혁신체제, 정부의 정책, 국제경제 및 기술환경, 국내의 경제 및 제도적 환경, 국내의 과학기술 하부 구조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 민간부문 기술혁신체제에서 사용자 기업, 생산자 기업, 부품· 소재 기업, 경쟁 기업, 최종 소비자 등이 기술혁신의 원천이자 기술혁신 영향 요인으로 간주된다. 정부정책 유형으로는 기술수요정책, 기술공급정책, 기술확산정책, 연구개발 투자정책 등이 있으며,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및 정책은 기술혁신을 지원하거나 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Hong and Im, 1999). 국제경제 및 기술환경의 요인으로는 해외수출지역의 바이어 혹은 고객들의 수요와 니즈, 국내 기업인들의 해외투자 활동 양태와 학습 등이 있다. 국내의 경제 및 제도적 환경 요인으로는 금융지원 관행의 기술혁신에 대한 사회 인식, 금융기관의 기술혁신에 대한 인식의 보수성 등이 있고, 국내의 과학기술 하부 구조에는 과학기술 정보유통·연계·지원 조직 등이 있다(Lee and Song, 1998; Hong and Im, 1999).

<Figure 1>은 국가혁신체제를 구성하는 요소와 구조를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다. 크게 NIS를 구성하는 제도적 여건, 국내의 경제 및 제도적 환경, 국제 경제 및 기술 환경(Lee and Song, 1998; Hong and Im, 1999; Im, 2005; Song, 2009)을 종합하여 환경 및 제도적 여건으로 기술혁신 활동을 위한 주변 프레임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과학기술시스템(Lee and Song, 1998; Hong and Im, 1999; OECD, 1999)과 혁신에 참여하는 주체(Im, 2005; Ku et al., 2012), 그리고 상호작용(Lee, 1996; Hong and Im, 1999; Im, 2003, 2005; Ku et al., 2012)을 위한 내부 관계와 다른 구성요소들 간 외부 관계로 구성되어있다. <Figure 1>은 기술혁신 활동을 위한 제도적 여건 안에서 혁신주체, 과학기술하부구조, 정부의 지원정책들이 서로 상호 및 보완작용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제시된 국가혁신체제 구조의 구성요소 중 개방형 혁신 분석을 위한 NIS 구성요소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Jeon et al., 2015). 향후, 제3장에서 진행될 개방형 혁신사례에 대한 국가혁신체제 관점의 분석은 아래의 NIS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적용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Figure 1.

Structure of the National Innovation System

Table 1.

NIS Components

2.2 개방형 혁신

Chesbrough(2003a)에 의하면 개방형 혁신은 기업 내부로의 지식흐름(inflow)과 외부로의 지식흐름(outflow)을 적절히 활용하여 내부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혁신의 외부 활용 시장을 확대하여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내부 아이디어뿐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도 활용하여 자사의 기술을 상업화하고, 시장 진출 시 내부뿐 아니라 외부 경로도 개척하는 혁신 패러다임이다. 따라서 개방형 혁신은 기술 혹은 제품 등의 자원 획득(acquisition), 이전(transfer), 상업화(commercialization) 전략의 총체적 통합이다(<Figure 2>).

Figure 2.

Open Innovation Model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협력 활동의 효과나 R&D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는 요인 분석과 같은 실증연구가 사례 조사 수준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Eom and Lee, 2010; Lhuilery and Pfister, 2009; Sampson, 2007). 예를 들어 각 산업의 기술 획득과 기술상업화 전략 분석, R&D 효율성, 기업 간 상호작용과 전략적 이익 분석, 그리고 기술혁신평가는 개방형 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준다(Amara and Laundry, 2005; Arora et al., 2001; Chesbrough, 2003c; Gassmann and Reepmeyer, 2005; Kline, 2003; Lichtenthaler, 2008a). 또한, 협력 활동의 외부 파트너 유형에 따른 R&D 성과 비교 및 효과성 분석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Belderbos et al., 2004; Sampson, 2007). 최근에는 특허 데이터를 활용하여 협력 파트너를 찾는 연구도 개방형 혁신의 한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Jeon et al., 2011). 이밖에 Research Policy, R&D Management, Technovation,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Academy of Management, Creativity and Innovation Management 등 혁신관련 학회들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주요 선행연구 분야는 아래의 <Table 2>와 같이 정리할 수 있으며, 개방형 혁신의 유형은 <Table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기업 수준에서의 사례 연구에 치중하고 있고, 국가 수준에서의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Table 2.

Literature Analysis on Open Innovation

Table 3.

Types and Contents of Open Innovation

2.3 조선시대

조선은 1388년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신진사대부와 무장 세력의 주도 아래 1392년 고조선의 이름을 따 건국한 나라로 1910년 순종에 이르기까지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8년간 지속되었다.

초기의 중심 산업은 성리학의 나라로서 가장 큰 목표인 민생 안정을 위해 국민 대부분이 농민임을 고려하여 농업을 제일로 중시하고 중앙집권이 잘 구축되어 있었다. 경시서 및 금난전권을 통해 폭리를 방지하고 국가에서 허가하지 않은 상인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등 자율성이 억제되었다. 그러나 양란으로 인해 혼란한 사회 속에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촉진되며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상평통보를 시작으로 화폐를 유통하는 등 조선 후기에는 상공업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문화는 실용적인 전기와 역동적인 후기로 나눌 수 있다. 조선 초기에는 부국강병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과거사 정리를 위한 역사서 편찬, 궁궐 및 성벽 건축, 유교적 질서 확립을 위한 책 편찬 등이 시행되었으며 훈민정음 또한 이때 반포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부를 축적한 서민들, 전쟁 이후의 사회 변화와 서양과의 접촉으로 인해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등장하고 기존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붕괴하며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게 된다.

과학기술 또한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는데, 농업 중심으로 한 전기에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천문(天文)·기상(氣象)·역법(曆法)을 중심한 자연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였으며 측우기 · 혼천의 · 자격루 등의 발명품을 제작하였고 의학 또한 국가에서 크게 장려하여 수백 종의 약재에 관해 설명한 향약 채취 월령, 동양의학을 집대성한 의학 백과사전 의방유취 등의 축적을 바탕으로 최고의 의서 중 하나로 평가되는 동의보감을 편찬하기에 이른다.

후기에는 기존의 전통과학기술을 계승함과 동시에 중국에서 들여온 서양과학과 기술을 수용하여 더 높은 과학기술 및 이론을 발전시켰다. 청나라를 통해 서양식 화포·천리경·자명종, 과학 서적 등을 들여왔으며 서양의 역법에 따른 태양력 또한 이 시기에 조선에서도 시행되었다. 동의보감은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의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천리경과 같은 천문기구와 서양 역법이 들어오면서 천문학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조선 말기 흥선 대원군이 당시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였으나, 외국과 수교를 거부하고 폐쇄적인 체재를 유지하였다. 몇 번의 개화를 시도했던 사례도 있으나, 결국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에 외교권과 사법권, 경찰권 등을 모두 빼앗기고 식민지화되었다(세계대백과사전/한국사/근세사회의 발전/조선의 성립과 발전, 범한, 중앙교연).

3.1 Out-sourcing형 사례: 은 제련기술의 일본 전수

은 제련기술인 연은 분리법과 관련된 최초의 기록은 <연산군일기>에 수록된 내용이다. 여기서 김감불과 김검동이라는 사람이 1503년 5월 18일 자 연산군 앞에서 연철을 녹여 은만을 분리해내는 기술을 시연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기술은 이후 1539년 중종 34년 전주 판관 유서종에 의해 일본에 전파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선왕조실록 중종 34년에 “연철을 많이 사다가 자기 집에 불려 은으로 만듦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1637년 명나라의 학자 송응성이 저술한 “천공개물”에도 연은 분리법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중국에까지 이 제련 기술이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명과의 무역은 조공관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조공무역은 명에 대한 조공과 이에 대한 명의 회사 형태로 이루어졌다. 조공품은 대표적으로는 금, 은 등이 주종을 이루었다. 책봉체제 아래에서 조선은 조공의 부담을 줄이는 데 주력하였으므로 두 나라 사이의 통상은 처음에는 부진하였다. 일본에서의 사무역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중종 35년(1540) 전후이다. 수입품의 주종이 구리에서 은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연은 분리법의 일본 전파로 인한 일본의 은 생산량 증대, 일본은의 대명 판로 단절, 중국의 은 필요성의 고종 등이 상호 결부되어 일어난 것이다. 16~17세기 이 기술로 인해 일본의 은 생산량은 전 세계 은 생산량의 1/3수준까지 올라갔으며, 은의 길 등장으로 인해 일본, 조선, 청나라와의 교역도 크게 활발해졌다. 은의 길에 조선도 속하게 되면서 당시 중국의 속국이었던 조선이 은 조공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게 되었고 조공 무역의 발달로 청나라로부터 비단, 약재, 서적 등의 물품을 많이 들여올 수 있게 되었으나 일본의 경제 성장에까지 크게 기여하여 일본이 서구 열강과 까지 잦은 교류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조선이 가지 않은 길, 창해, 김용만, 2017, <Figure 3> 참고).

Figure 3.

Based on the Annals of the Chosun Dynasty an Illustration of the Method of Separating Lead Silver

이것은 Out-sourcing형의 은 제련기술의 전수를 통한 개방형 혁신으로 인하여 외국으로 기술이 유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래의 <Table 4>는 사야가 이민족 포용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4.

Out-sourcing Type A Case Study of Silver Smelting Technology in Japan

3.2 In-sourcing형 사례: 사야가 이민족 포용

사야가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선봉이었던 가토 기요마사의 좌선봉장이었던 인물이다. 조선에 투항한 일본인을 항복한 왜군이라 하여 항왜라 칭했는데, 이러한 항왜들 대부분이 전황의 불리함으로 투항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에 반해 사야가의 경우 그가 남긴 자전적 가사 <모하당술회가(慕夏堂述懷歌)>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오랑캐의 문화의 일본에 태어난 것을 탄식하고 조선의 예의와 문물을 사모하여 자의적으로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592년 임진왜란 때 가토 휘하의 선봉장으로 왔다가 병마절도사 박진(朴晉)에게 귀순하였다. 귀순 이후 일본군의 침략을 막아내는 데 큰 공을 세웠으며 조정으로부터 가선대부(嘉善大夫)를 제수받았다. 이후 선조는 “바다를 건너온 모래를 걸러 금을 얻었다”며 김해 김씨로 사성하고 이름은 충성스럽고 착하다는 충선으로 지었다. 이와 같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는 일본의 귀화인들에게 벼슬을 내리고 성과 이름을 부여하는 등 조선에 정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였다. 김충선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그가 일본군의 무기 기술을 전파했던 것인데, 김충선과 이순신 사이의 서신 등에서 김충선이 “이미 조총을 개발하여 훈련하고 있다”라고 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총의 개발과 양산, 훈련을 김충선이 직접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군 소속이었을 당시에도 조총부대의 지휘관 출신이었다. 이후로도 김충선은 66세까지 전장을 누비며 활약하다 1642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문학화된 사야가(沙也可, 김충선)에 대한 고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박선희, 2010, <Figure 4>).

Figure 4.

Tomb of Kim Chung-sun in Gachang, Dalseong, DaeguSource: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이러한 Acquisition형의 이민족 포용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전술과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군사력의 증진을 도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위의 Table 5는 사야가 이민족 포용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5.

Acquisition Type Analysis of Embracing the Immigrant Family

3.3 In-sourcing + user innovation형 사례: 동의보감 편찬

동의보감은 1596년 선조의 어명으로 허준, 정작, 양예수,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이 집필을 시작하였으며, 정유재란의 발발로 의원들이 흩어지며 허준이 단독 편찬한 의학서이다. 1608년 선조가 질병으로 죽자 왕을 죽게 한 의원이란 죄목으로 유배를 가 동의보감 집필에 매진하며 저술 시작 14년 후 1610년 완성된다. 동의보감은 편찬에 있어서 수많은 저서들이 활용되었다. 특히 서목과 본목에서는 복희씨 작이라고 알려진 <천원옥책>, 선농씨 작이라고 알려진 <본초> 등이 있으며 저자의 고증이 확실하지 않은 것과 저서의 시대적 착오를 한 것들이 없지 않으나 후한 남북조 시대부터 수, 당, 송, 원, 명에 이르기까지 83종에 달하는 중요한 방서들이 인용되었으며 특이 우리나라의 방서로서 세종대왕 조의 <의방유취>, <향약집성방>, 선조 조의 <의림촬요> 등이 인용되었다. 이러한 서적을 포함하여 총 230여 종의 서적이 인용되었다.

이렇게 편찬된 동의보감은 그 간본이 30여 종에 이를 정도로 수많이 읽혔으며 일본과 중국에까지 전해지게 된다. 동의보감은 그 뛰어난 내용뿐 아니라 외형 편은 인체의 상부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순서대로 기술되어 있는 등 한의학의 기본을 목차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민간에서도 대체할 수 있도록 쉽게 조제하여 사용할 수 있는 단방약이 수록되어있고 병이 났을 때 치료보다는 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추구하는 양생 정신을 강조하여 약재값을 지불할 수 없었던 일반 백성들에게 병의 예방법을 알려주어 백성들의 건강을 챙겼으며 일부분은 한글로 기재하여 일반 백성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이후 동의보감은 동양의학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며 세계 최초의 일반인들을 위한 의학서적으로써 유네스코에 선정된다(조선사람 허준, 한겨레출판사, 신동원, 2001),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 일지사, 김호, 2000, <Figure 5>). 이러한 In-sourcing형의 의학서 집필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지식을 참조함으로써 국가 의료수준의 큰 향상을 도모한 예라고 할 수 있다. <Table 6>은 동의보감 편찬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Figure 5.

Donguibogam, a collection of the Natioal Library of KoreaSource: Academy of the Korean Studies.

Table 6.

In-sourcing Type Analysis of Donguibogam Compilation Case

3.4 Acquision형 사례: 박연 이민족 포용

박연의 본명은 얀 야너스 벨테브레이(Jan. Janse. Weltevree)이며 홀란디아호 선원으로 아시아에 왔다가 1627년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항해하던 중 태풍에 밀려 제주도 해안에 표착되었다. 그 후 동료 D.히아베르츠, J. 피에테르츠와 함께 식수를 구하기 위해 해안에 상륙하였다가 관헌에게 붙잡혀 서울로 호송되었다. 박연은 결국 조선에 귀화하고 훈련도감에 배속되어 무기를 제조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병자호란이 발발했을 때 동료 2명과 함께 출전하였으나 박연을 제외한 두 사람은 전사하였다. 이후 박연은 포로가 된 왜인들을 감시하는 등의 업무와 함께 명나라에서 들어온 홍이포(紅夷砲)의 제조, 조작법을 조선군에게 지도하였다. 이후 네덜란드 기록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사략선의 간부급 선원이었다고 한다. 사략선은 국가로부터 타 선박의 나포와 노략질 등을 허가받은 사선인데, 해상에서의 전투와 해상포획을 주 업으로 삼았기에 그가 병기에 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조선인 박연, 알에이치코리아, 홍순목, 2013, <Figure 6>).

Figure 6.

A statue of him in his birthplace Netherlands

이러한 Acquisition형의 이민족 포용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군사력의 증진을 도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래의 <Table 7>은 박연 이민족 포용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7.

Acquisition Type Analysis of Embracing the Immigrant Family

3.5 In-sourcing형 사례: 역법 제작

1644년 관상감의 제조로 있던 김육이 상소하여 시헌력 채용을 주장하였다. 1645년 소현세자가 본국으로 아담 샬이 번역한 서양 천문학서를 가져오고 1646년 김육이 탕약망의 천문 역사서들을 가져왔다. 이후 1649년 2월 일관 송일용, 아담 샬을 만나 역법을 구전 받아 1653년 1월 시헌력을 그다음 해부터 시행키로 하였다. 시헌력은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대통력을 대체하기 위해 독일 출신 선교사 아담 샬에게 숭정력을 만들도록 지시하여 제작되고 이후 청나라가 이 숭정력을 시현력(시헌력)이라는 이름으로 1644년 10월에 반포한 것이다. 현대에서도 음력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이 시현력(시헌력)이다. 시현력(시헌력)은 티코브라헤의 우주체계를 택하고 24절기에는 평기법을 버리고 정기법을 도입하였으며, 천체의 자전을 부인하고 모든 항성이 모두 같은 거리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과학적으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나 춘분, 하지, 추분, 동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했으며 서양의 천체구조론 도입으로 인해 전통적인 우주관이 바뀌게 되었다(역사속 과학인물 - 서양천문학 시헌력 중국에 전파한 선교사 ‘아담 샬’, 과학과 기술 = The science & technology v.32 no.10 = no.365, pp. 68-70, 박성래, 1999, <Figure 7>).

Figure 7.

Constitutional type used in Chosun Dynasty’s physiognomySource: Academy of the Korean Studies.

이러한 In-sourcing형의 기술습득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국민생활을 향상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래의 <Table 8>은 역법 제작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8.

In-sourcing Type Almanac Production Case Analysis

3.6 In-sourcing형 + innovation 사례: 거중기/녹로 개발

거중기는 정조에 의해 파견된 진하 겸 사은사 일행에 의해 1772년에 수입된 고금도서집성이라는 책 중 <기기도설>을 정약용에게 하사하면서 이 기기도설에 나와 있는 도르래의 원리를 참고하여 1792년에 정약용이 만든 기중도설에 그 도면이 나와 있다. 기기도설의 원저자는 예수회 소속의 선교사 요한 테렌스였는데 17세기 초에 중국에 건너온 그는 이름을 중국식으로 등옥함이라 짓고 선교와 함께 서양 과학기술을 중국에 소개하기 위하여 1627년 기기도설이라는 책으로 중국어로 출판하였다. 기기도설에 실려 있는 기중의 법은 총 11조가 있었고 이 중 제8조, 10조, 11조가 유용하고 뛰어났으나 10조의 내용은 구리 쇠로 만든 나사의 도르래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금속 기술의 부족으로 구리 쇠로 만든 나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정약용은 10조를 제외한 제 8조와 11조를 참고하여 기중도설을 만들게 된다(<Figure 8>).

Figure 8.

GeojunggiSource: A high-tech science story that lives and breathes in tradition, Kyohak, Yonghyeon Yun, 2012.

정약용이 만든 기중도설에 실려 있는 거중기의 설계도는 네 개의 움직도르래와 네 개의 고정도르래가 결합한 복합도르래 양측에 한 쌍의 축바퀴(녹로)가 덧붙여진 형태로 이 기구를 설계하였다. 이렇게 설계된 거중기는 수원 화성 건설에 총 11대가 사용되었고 수원화성 건설을 2년 9개월로 단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거중기 제작에 영향 미친 ‘등옥함’, 과학과 기술 = The science & technology v.39 no.3 = no.442 pp.108-110, 박성래, 2006), (거중기의 원리, 교육부).

이러한 In-sourcing형의 장비 개발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작업능률의 큰 향상을 도모한 예라고 할 수 있다. <Table 9>는 거중기 제작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9.

In-sourcing Type Equipment Development Case Analysis

3.7 In-sourcing형 + innovation 사례: 자격루 개발

한국사는 물론 세계 과학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자격루’는 세종과 장영실의 만남의 결실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영향을 받아온 조선왕조도 천체현상을 관찰하고 역서(曆書)를 제작하여 농사지을 시기를 백성들에게 알려주는 “관상수시(觀象授詩)”는 임금의 특권임과 동시에 정치의 요체였다. 그러므로 세종은 백성들에게 정확한 시각을 알려 주는 것을 중요시하였다. 당시 시각을 알기 위한 방법은 닭 우는 소리나 별자리 등 날씨와 같은 여러 요인에 의해 제한받을 수 있고 정확한 계산이 힘든 방법뿐이었다. 백성들을 시간으로 통제함으로써 사회생활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였기에 시간의 잘못된 계측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혼란이 야기된다면 임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시간을 아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이에 세종은 사람이 눈금을 일일이 읽지 않고도 때가 되면 저절로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를 만들라고 명했다. 이에 장영실이 김천, 이천 등과 같이 참여하여 제작을 시작해 2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1434년에 완성했다. 장영실이 명나라 유학 당시 천문 관련 문헌 수집 중 중국의 물시계와 이슬람의 물시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것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참조한 기술은 중국의 소송과 수운의상대(신의상법요) 이슬람 알 자자리의 물시계 등이다. 장영실은 여러 문헌에서 위 기술에 대한 갖가지 지식들을 습득하였고 이것들이 자격루의 기본 틀을 이루게 된다. 세종은 경복궁 안에 ‘표준시간을 알리는 집’이라 부르는 보루각을 짓고 장영실이 발명한 궁중자동시보시계 “자격궁루(自擊宮漏: ‘자격루’는 이 말을 줄인 것)”를 설치하고 1434년 7월 1일부터 표준시계로 반포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자격루는 상술한 기기들의 단점을 보완하였으며 보루각에 설치되어 국가 표준 시계가 된다. 도성의 성문을 열고 닫는 인정(통행금지 시각, 밤 10시경)과 파루(통금 해제 시각, 새벽 4시경), 오정(낮 12시)을 알려 주는 데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사람들에게 아침·점심·저녁때를 알려 주어 생활 리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였으며 기존 물시계 담당 관리가 정확한 시각을 알리지 못해 중벌을 받는 경우와 물시계를 지키는 관원의 부담 또한 줄일 수 있었다(장영실과 자격루, 서울대학교 출판부, 남문현, 2002, <Figure 9>).

Figure 9.

Borugak Jagyeokru in Gwangmyungmoon, Deoksugung, Jeong-dong, Jung-gu, SeoulSource: Doopedia.

이러한 In-sourcing형의 장비 개발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외국의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국민 생활의 큰 향상을 도모한 예라고 할 수 있다. <Table 10>은 자격루 제작을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10.

In-sourcing Type Equipment Development Case Analysis

3.8 Technology transfer형: 동의보감(일본 전수)

상술한 동의보감은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기가 있었다.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말했듯이, 중국 사신이 조선에 올 때 꼭 얻고자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동의보감이었다. 그러다 아예 자체적으로 인쇄 발간하기에 이르렀는데, 중국 내에서 무려 16차례나 발간되었다. 1763년 첫 출간 이후 청대에 12차례 인간 되었고, 중화민국 시절에 2차례, 인민공화국이 들어선 후 2차례 간행되었다. 『동의보감』과 성격이 비슷한 종합의서 중 『동의보감』보다 많이 찍은 책은 불과 10종도 되지 않는다. 일본 또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인해 조선과 일본 간의 외교적 단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로 동의보감이 전해졌다. 『접대사목록초(接待事目錄抄)』에 현종 3년(1662) 3월 일본이 조선에서 『동의보감』과 『의림촬요(醫林撮要)』를 가지고 왔다는 기록을 보았을 때 동의보감 초간활자본이 간행되고 59년 후 일본에 전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의보감』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국내 및 국제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2009년 7월 제9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바베이도스)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또한 2015년 6월 22일 국보 319호로 지정됐다(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들녘, 김남일, 신동원, 2012).

이러한 Technology-transfer형의 기술전수를 통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여 자국의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자국의 위상을 드높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아래의 <Table 11>은 동의보감 전수를 NIS 관점에서 분석 정리한 내용이다.

Table 11.

In-sourcing Type Equipment Development Case Analysis